강렬한 느낌의 빨강, 노랑, 그리고 검정 등 원색 바탕에 대비되는 네모의 모양들이 겹겹이 쌓여지거나 또는 따로 떨어져 있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소위 추상화라 말하는 비구상 작품 앞에서 “예술작품이란 그것을 접하는 사람에게 좋든 싫든 어떤 감동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말문을 여는 서양화가 이미정은 주로 꽃을 주제로 하여 작업을 하다 최근에 들어 ‘폴라로이드’라는 제목으로 추상화 작업을 하고 있다.

폴라로이드는 사진 기술의 혁명을 이룬, 기존의 사진기처럼 암실조작이 필요 없이 카메라 내에서 현상·정착이 이루어져 촬영한 장소에서 바로 완성 인화가 되는 즉시성이 특징인 즉석카메라의 상품명이 고유명사가 된 이름이다.

이러한 작품명 ‘폴라로이드’에 대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삶의 편린들을 촬영과 함께 즉각적으로 꺼내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처럼 매 순간 떠오르고 지워지는,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늘 다른 삶의 시간들이 역사로 새겨지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는 말을 들으니 원색 바탕의 캔버스에 쌓여지는 원색의 네모 모습이 어쩌면 사진기를 닮았다는 생각과 함께 ‘삶의 순간을 여과 없이 표현하고 즉각적으로 꺼내 보고자 함에서 그런 명제를 붙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구상화라는 일반 회화작품의 감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까다롭다는 생각이 드는 추상화임에 독단적 규정은 무리가 따를 것이다.

“느끼는 대로 보면 된다”
추상화는 구조화의 과정
일반인들이 대부분 ‘난해하다’고 말하는 추상화는 뭘까? 이에 대해 “비구상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흔히 추상화는 ‘구조화의 과정’이란 말을 합니다. 구조화 과정이란 수학에서 어떠한 정리를 유추해 내기까지의 과정, 즉 어떤 공식에 이르기 위해서 많은 예제들을 거쳐 개념화되는 것과 같습니다”고 설명한다.

추상화가는 이와 같은 추상화가 가지는 구조화의 과정을 거쳐서 작가 고유의 미학적인 완성물인 추상화 작품이 태어난다. 이러한 과정의 수많은 작품에서 자신의 생과 혼을 쏟아 부은 것이기에 작가가 지닌 품성이나 생각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색감이나 모습들에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아우라가 그저 무심히 지나치다가도 강렬하게 다가서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래서 보이는, 느끼는 대로 보면  된다”는 작가의 얘기처럼, 감상하다보면 보는 나름의 다양한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오는 10월에 가지는 첫 번째 개인전시회에서는 어떤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일 지 기대하면서 아틀리에를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