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얘기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상습적 진영 정치로 국민 눈 밖에 나버린 한국정치에 꼭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선 일지’ 제목을 「지면서 이기는 정치」로 해봅니다.

♣♣ 오늘(20일) 오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첫 번째 전체회의에서 간사로 선임되었습니다. 다음 인사말은 여기서 제가 했던 말입니다. 일독을 부탁드립니다.

인 사 말

부족한 사람을 상임위 간사로 선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도 만장일치로......(웃음)

역대 농해수 상임위는 소모적 정쟁과 파행 없는 토론과 합의의 모델로 평가되고 칭송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그 합의의 전통과 역사는 커다랗게 금 갔습니다. 농해수위 역시 파행을 거듭했습니다.

특별법 개정안 상정 자체를 반대하는 여당의 ‘정답’과 활동 시한 연장을 주장하는 야당의 ‘정답’이 중간 지대없이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자연현상과 자연과학에는 정답이 존재합니다. 물은 수소 둘과 산소 한 개로 만들어집니다. 그것만이 정답입니다.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입니다. 그게 정답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오답입니다.

사회현상과 사회과학은 전혀 그렇지를 않습니다. 하나의 정답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자주 등반하는 산이 지리산이라 하더라도, 지리산만이 정답이고, 다른 산 산행은 오답이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식사를 된장국으로 해도 되고, 설렁탕으로 해도 됩니다.

동남권 신공항을 밀양으로 해도 되고, 가덕도로 해도 되는 것입니다. 둘 다 정답일 수도 있고, 심지어 둘 다 오답일 수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시한 연장이 정답입니다만, 어떤 다른 동료 의원들에게는 그 반대가 정답입니다.

자기와 자기 진영과 자기 당의 주장만이 정답이고, 다른 쪽의 것은 오답이라고 규정하는 ‘정답 정치,’ 그 폐해를 우리는 19대 국회 내내 지긋지긋하게 목격했습니다. 정답과 정답이 충돌하면서 공전과 파행을 면치 못했고, 정쟁의 늪에 빠진 정치의 부재로 경제도 대한민국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습니다. 나라 공동체는 절편화 위기에 내닿았습니다.

정치를 ‘타협의 예술(art of compromise)’이라고 하잖습니까? 정답과 정답간 대화와 이해와 양보 없는 정치는 정치도 아닙니다. 기껏해서 통치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토론과 타협과 다수결과 합의의 정치로 정치를 구하고, 대한민국을 건져내는 데, 부족한 힘이지만, 온 몸을 던져볼까 합니다. 선후배 의원님들의 지혜를 구하면서 최선을 다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