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말-

2011년에 3월 초 현재까지 335만 마리 이상의 소, 돼지 등이 땅에 묻혔다. 현재 우리 국토는 마치 거대한 무덤을 연상시킨다.

산 채로 묻힌 돼지들이 땅을 뚫고 올라와 주변을 돌아다니고, 빗물에 쓸려 내려가는 오염된 지하수, 구제역을 막기 위해 일하던 공무원은 과로로 사망하는 일까지. 왜 우리는 이렇게 될 때 까지 뭘 한 걸까? 과거 구제역 발생 시 반경 3km내 구제류 살처분 같은 초기 차단방역 및 철저한 예방적 살처분이 실시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재앙"은 없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은 미흡한 초기대응으로 인해 무분별한 가축들의 그야말로 ‘생매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美 CNN 뉴스에 나온 돼지들의 적나라한 살처분 되는 7분 정도의 영상은 국가적 망신에 국민들의 질타 또한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구제역대처에 관한 외국 사례를 보면 구제역이 자주 발생했던 영국의 경우 2001년, 9개월간 600만 마리의 가축들이 처분됐던 대규모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역시 무차별적 살처분과 사후처리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그 일이 있은 후에 영국 정부는 가축사체 처리와 관련해 유럽에서는 소각법과 매몰법이 병행되고 있으며 철저한 사전 준비와 사후 모니터링을 계획해 사태를 잘 해결해나갔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도 지난해 사상최대의 구제역 피해를 경험했지만 생매장된 돼지가 돌아다닌다거나 매몰지의 지하수 오염 등의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초기에 매몰지 확보와 급한 처리보다는 미리 정해진 매뉴얼대로 그에 따라 대응을 한 것이 우리나라의 10분의 1정도의 가축만 처분하고, 4개월 만에 구제역을 종식 시킬 수 있었다.

물론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똑같이 좋은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고, 전 세계를 휩쓸고 간 신종플루 마저도 정복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구제역의 부족한 대처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현재,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은 정부의 초기대응 방식의 미흡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본 글의 내용은 '아침신문'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