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국민들이 아파트를 선호함으로서 전국적으로 아파트공급이 확산되면서 일반적인 주거형태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로운 아파트 주거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단독주택를 선호하던 국민들이 이처럼 아파트생활문화로 대 변혁이 일어나는 원인은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적합한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택단지에서는 단독주택단지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아서 교육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등이 도보거리 내에 집중 배치되어 주민들이 질 좋은 교육 및 생활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받을 수 있고 단독주택 등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범문제와 현대인들의 골칫거리인 주차여건이 단독주택 단지보다 월등히 유리한 점 때문에 국민들의 주거형태의 중심이 된 것이다.

사람과 건물만 존재하는 도시
그렇다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거형태가 문제는 없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대도시 등에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도시의 미관문제로 인한 탑상형아파트와 판상형아파트 중 장단점에 대한 평가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판상형은 지금 우리 주위에 지어진 건물배치형태로 대개 남향배치로 일렬도 건축된 아파트를 말하고 탑상형(타워형)은 건물방향 보다는 단지 내 외부공간과 토지의 효율성 및 외관이나 미관에 비중을 두고 건물을 배치한 것).

각종자료나 토론회 등에서 나타나는 결과들을 보면 소비자들은 건물배치에는 별 관심이 없고 남향주택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탑상형아파트의 남향배치비율은 30%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도시를 관리하는 행정청이나 건설업계에서는 탑상형을 선호하며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이미 탑상형 아파트 형태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도시미관 때문에 판상형아파트의 건축허가를 불허하겠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이유인즉 단조로운 모양의 성냥갑 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어서 앞으로 도시개발이나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역특성에 어울리는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수 있도록 테라스(terrace)형, 탑상형(tower)형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짓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서울시내 언덕배기의 스카이라인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도시들 중 마산과 창원시 등에서도 도시재정비에 따른 아파트 건축이나 구도심의 헌집을 헐고 고층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지구에서는 쾌적한 환경을 최우선으로 추진한다면서 길게 늘어진 “ㅡ”자 판상형 보다 탑상형으로 유도하는 기본계획을 마련했다는데 우리나라의 주택공급시장이 아무리 공급자위주로 왜곡되어 있다고 해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조상들의 지혜를 무시하고 도시미관을 위해 입주자들에게 과도한 주거비용을 부담시키는 주택을 원하는 소비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부자 아파트로 명성이 자자한 모 탑상형 100평형 서향 집에서는 여름철 냉방 전기요금이 월 150-200만원 정도 나온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처럼 탑상형 아파트가 외관이 보기 좋고 동과 동사이의 공간을 넓게 확보하여 조경을 잘하여 미관은 좋을 수 있어도 정작 건물 속에서 생활을 하는 입주자들의 주거공간은 자연 통풍과 채광의 제한으로 여름철과 겨울철에 냉,난방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고 아마도 건강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필자는 주택정책을 입안하는 기본적인 우선순위는 첫째 쾌적성이며 둘째 입주자들의 경제성이고 세 번째 고려해야 될 사항이 도시미관이 아닐까 한다.

우리선조들은 자연 속에서 사람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주거문화를 형성했다.
우리 선조들의 좋은 마을터(집터)의 조건은 북 현무, 좌 청룡, 우 백호, 남 주작, 남향 동문, 이라는 말로 요약을 해 놓았다(다른 분야에서도 사용함) 이 말뜻을 풍수학용어로 풀이하자면 북쪽 주산이 평풍처럼 드리워져 북풍한설은 막아주고 동서 방향은 어머니가 달려오는 사랑하는 아들을 안아주려고 팔을 버리는 형태로 좌우를 산이 보호하여 태풍이나 돌풍 등으로 발생하는 재해 등을 막아주고 남쪽은 앞이 툭 터져 넓은 들이 펼쳐져 있는 곳에 마을터(집터)를 잡고 집은 남향으로 배치하고 대문은 동쪽을 열어 아침에 뜨는 태양의 기를 받아 밤에 발생한 습기 (음기)를 제거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선조들이 이러한 조건을 갖춘 곳에 마을 터를 잡아놓은 것을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자연친화적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엔 따뜻하여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어 낸 선조들의 사상과 지혜를 경험할 수가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우리들은 도시미관을 위한 스카이라인을 아름답게 보이기 자연과의 조화를 무시하고 자연통풍과 자연채광 대신 인공 냉난방으로 주거생활을 해결하려는 주택정책으로 그 건물 속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부담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산과 물이 좋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있는 우리 순천시에는 다른 대도시처럼 자연환경을 무시하고 건물과 사람만 존재하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속에서 사람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