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순천만을 방문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도서관 방문을 예상해 허모 도서관장이 '권양숙 문고'를 보면 불편해할 것과 새 정부의 기조에 따라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임의로 폐쇄했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커지자 '실수였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순천시(시장 노관규)의 신뢰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권양숙 문고'를 알리는 나무패는 일반인 접근이 불가능한 도서관 창고에 1년여 동안 방치됐고, 기증한 책은 흩어지거나, 일부는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순천기적의도서관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져 현재까지 600여건의 항의성 글이 올랐고 전남노사모측에서도 성명을 통해 원상복구와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2003년 전국 최초의 기적의도서관 제1호관이 순천에 만들어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개관식때 직접 방문해 도서기증을 했고 그 외에도 배우 문근영과 환경재단 등도 기증대열에 참여했다.

그동안 이 도서 기증자 가운데 상징성과 배려 차원에서 배우 문근영과 환경재단을 비롯한 유명인 등 개인·단체 9명의 이름을 새겨 공간을 확보해 문고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첫 보도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다음날인 18일 허관장 명의로 해명 보도자료가 나왔고 기적의도서관 홈페이지에는 24일 현재 3번이나 내용이 수정된 해명자료가 공지로 올라 있다. 인터넷언론이 해명자료의 허위성을 계속 지적하자, 그때마다 계속 해명자료가 수정된 것이다.

허관장은 "지난해 별관공사를 하면서 서가 이동으로 문고가 폐쇄됐다"고 둘러댔지만, 별관 공사는 지난해 이미 완공된 것으로 드러났고 완공 후에도 문고를 만들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창고에 방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문근영 문고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유독 '권양숙 문고'만 폐쇄해 허관장의 해명은 '믿을 수 없는 거짓해명'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에 순천시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이를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으며 "당시 명패에 대해 취재했던 기자가 명패 이동시점을 집요하게 질문하자 처음에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였으나 계속 반복되는 질문에 담당 공무원은 억압된 심정으로 더 이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수긍한 듯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본 기자가 만난 허관장은 "지난 15일 당시 이모기자와 전화통화 후 오후에 도서관을 찾아왔는데 제가 말을 실수했다는 것을 전달했으니 기사도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또 처음 보도했던 지역주간신문 이모 기자가 재직했던 K시민단체 운영위원에게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보도 무마청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세차례나 수정됐다가 지난 24일자로 최종 수정돼 오른 허관장의 해명자료는 끝까지 사실을 호도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비난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우선 유인촌 장관의 도서관 방문이 예정돼 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첫 취재한 이모기자에게 '유 장관 핑계를 댄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그 탓에 유장관만 네티즌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됐다.

또 처음 취재차 방문당시 찍은 사진에는 분명히 창고로 사용되는 정리방에 옮겨져 있었는데도 제자리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고 개당 2천원(시가)정도에 불과한 기증액자도 취재당시 예산타령을 하며 미뤘다고 했다가 최근 서둘러 액자제작을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거짓해명으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처음 보도한 이모기자 탓을 하더니 24일 해명자료에서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박연차사건)사건으로 방문객들이 그 이야기를 계속 해 '권여사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옮겼다"는 구차한 변명까지 늘어놓고 있다. 또 보도한 기자들에 대한 법적대응 운운하더니 그 내용도 살며시 사라졌다.

결국 파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지난 18일 허관장은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주무부서인 도서관운영과장은 24일 현재까지 사표제출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파문이 가라앉으면 그냥 넘어가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순천시는 지난 18일부터 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달 30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허관장의 재계약여부도 관심이 되고 있다. 지난번 공모에서 허관장 단독으로 공모했지만 재계약 여부도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사표를 제출한 허관장은 거짓해명만 계속 하면서 현재 전화도 받지 않고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출근하지 않은 채 계속 해명자료만 수정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순천시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어설픈 해명보다는 정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배후가 있다면 밝혀내 합당한 조치를 취하고 순천시는 공개사과를 해야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 안모(42, 순천시 조례동)씨도 "공무원이 파견 나와 있으면 될 것이지 계약직이 무슨 필요가 있냐"며 "(계약직 도서관장은) 예산낭비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성명을 발표한 전남노사모 박동춘 대표일꾼은 "우리 친구요 동지인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슬픔과 원망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이런 황당한 일이 생겨 어처구니가 없다"며 "도서관에 대통령 영부인이 방문해 도서를 기증한 것도 무척 의미 있고 역사적인 일을 왜곡하면 되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방문예정조차 없었던 유장관을 끌어들여 핑계를 대고 옮긴 시점, 기증액자 제작 등 해명자료가 엉터리여서 순천시의 철저한 감사가 요구되고 있다.

전남노사모측은 다음달 10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49재를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거행할 계획이어서 순천시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는 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