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가는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밤공기 속에 야외에 설치된 간이 식탁에서는 적당히 마신 술로 불콰해진 사람들이 덕담과 우의를 다지는 소리로 왁자지껄 그야말로 축제장의 전형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이 틈 사이를 몇 사람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다닌다. 8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2010지방선거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이다.

얼마전부터 인파가 많이 모이는 각종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다니는 이들로 인해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 이날도 예외는 아닌 모습이다.

이렇게 자신들이 펼친 거리행진에 대한 자평과 농사이야기며, 사업이야기,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 등으로 어찌보면 소란스럽기도 한데, 그 틈 사이를 자신의 입지를 나타내고자 지방선거 입후보 후보자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선거법에 의해 자신의 입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여기기에 그렇겠지만 입후보 예상자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손을 맞잡느라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이면‘파김치’가 된다고 토로를 할 뿐 아니라, 선거가 본격화 될 때까지 체력관리도 상당히 필요한 부분으로 회자된다.

지식정보화시대로 사람들의 생활모습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초스피드로 변하는 세태에서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전형적인 모습들로 때론 답답함 마저 느끼기도 한다.

정치와 경제의 경계가 확연하던 과거와 달리 구분이 모호해진 오늘날, 날로 치열해지는 적자생존의 시장주의 경제체제에서 경제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하루게 다르게 진화(進化)하는 것에 비해 어쩌면 성장을 멈춘듯한 정치인들의 모습들 때문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진화하면서 새로운 문명세계를 이룩한다.

진화(進化)의 사전적 의미는 보통 좁은 의미에서 생물의 진화의 경우에만 쓰이지만 천제의 진화, 항성의 진화와 지질 구조의 진화 등 무기적 자연현상에 대해새도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진화 등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어떤 경우에나 진화는 고정(固定)이 아닌 변천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늘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하는데 경제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요즘 만들어낸 ‘라이프덕트(Lifeduct)’ 역시 이를 증명하는 단어이다.

라이프덕트(Lifeduct)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과 제품(Product)을 합친 신조어로써, 대량 생산되는 일반 제품과 달리 고객의 세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새로운 제품을 말한다. 이는 생산 과잉의 시대 속 소비자들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표준화된 대량 생산 제품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반영하는 개인화 제품(personalized product)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차 강화되는 시장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1인칭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이와 같이 소비자의 속성을 파악하여 움직이는 경제인들처럼 유권자들의 속성을 파악하여 이에 걸 맞는 정치인들의 진화되는 모습을 우리는 볼 수는 없는 것일까?

보수 논리가 지배되는 미국의 정치판에서 유색인의 정권쟁취와 50여 년을 유지하던 자민당의 몰락이 나타난 이웃 나라 일본 정치계의 변화를 보면서도 한결 같이 변화를 보이지 않는 2009년 10월 어느날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