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차례 옷갈아입기 훈련을 마친 11월 6일 오후 구례에서는 반짝 축제가 열렸다. 무위자연의 도솔천을 꿈꾸는 지리산 기슭에 흩어져 사는 공예인과 茶문화인들이 모여 규방공예와 천연염색, 도자기, 서각, 한지, 그리고 다식 등의 전시회와 아울러 시조경창, 다례시연, 실내악단 연주 등 지역민과 지역출신의 문화예술인들이 꾸민 공연은 함께 자리한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적멸(寂滅)의 고요속에 새로이 태동하는 태초의 움직임으로, 그 시작의 작은 불빛을 함께 나눠 가지기 위해 키 작은 촛불 하나 켜 두고 나비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는 바램으로 9년전 자신의 공방에서 시작하여 공공의 장소로 나온지 어느덧 3년. 그들이 원하는 ‘나비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날의 축제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남으로서 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대만 고산오룡차 시연을 한 특별출연객으로 대만에서 茶집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대만 茶문화국 중화다예친선대사’라고 소개하는 오효혜(吳曉慧)씨와 그의 두 동생들로 한 사람은 중국의 전통 악기인 고금(古琴)연주자이고 한 사람은 꽃데코레이션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10년간 지구촌 여행을 하면서 한번 다녀 온 곳을 다시 찾는 경우는 이곳이 처음’이라며, ‘지리산의 사찰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입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3자매의 맞언니 오효혜씨는 지구촌을 돌면서 견문을 넓히는 과정에서 2년전 이 축제에 우연히 관객으로 참석하였다가 지리산 기슭의 화엄사, 천은사 등 자연과 어우러진 사찰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어 다시 찾고파 축제의 관객이 아닌 공연자로서 두 동생과 함께 ‘地球旅行者 V.S 臺灣茶文化’라는 타이틀로 간단하게 대만 차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엽서 하나 만들어 고산 오룡차 시음회와 함께 차 만드는 시연을 무대에서 선보인 것이다.

오늘날의 시대는 ‘지식정보화의 시대’라는 말과 함께 ‘문화경쟁의 시대’라는 말을 하는데, 이에 부응하는듯 지난 1988년 올림픽에 이어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등으로 고무된 한국사회는 지구촌시대를 맞아 국제적 이벤트 개최에 지자체마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2여수박람회,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2015년에는 광주에서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게 되어 준비에 한창이다. 국제적이벤트는 지구촌에 지역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관광수요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활성화와 함께 지역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관광산업의 활성화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국제적이벤트 유치와 함께 많은 수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막대한 예산이 따르는 영상물 제작은 물론 각종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홍보를 하기 마련이다. 결국은 홍보예산과 그 방법론에 의해 성공적이냐 아니냐의 판가름이 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어 고비용과 효율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화관광부에서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지난 2004년 처음 실시하여 매년 이어오고 있는 ‘지역방문의해’ 사업에서 지난 2004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맨 처음 지정된 강원도의 경우 사업시행 초기 단계로 그리 넉넉한 예산 배정이 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강원도를 알리기 위해 ‘강원도의 힘’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강원도민 각계각층의 노력은 상당히 고무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 가운데에서 강원도청에 근무하는 몇 사람이 인터넷을 통한 홍보로 눈(snow)을 구경하기 힘든 동남아지역의 사람들에게 눈상품을 팔아 그들을 강원도에 오게 하였다. 이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시대적 흐름을 인식한 깨어 있는 몇 사람의 노력은 마케팅 측면에서 관련 계통의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2012여수EXPO,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2015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등 막대한 예산이 따르는 국제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구촌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홍보가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에는 어느 한 사람,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지자체와 지역민이 함께 슬기로운 지혜를 모아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지난해 세계경제를 한파로 몰아붙인 미국발 금융위기가 말해주듯이 겉으로 드러나는 천재와 영웅CEO가 열매를 독식하다시피 하는 월가 스타일이 도마 위에 놓였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떼돈을 긁어대던 금융공학자들도 졸지에 파산했다. 애초에 그런 영웅과 천재는 없었던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지구촌시대 지역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충분히 살리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