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험추위와 관련하여 인터넷에는 재미있는 연구통계가 떠돌고 있다.

그 내용은“지난 1968년부터 2000년까지 33년간의 국가고사 시험일의 기상 데이터 분석 및 최근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33년간의 국가고사 시험 전일 및 당일의 기온이 평균치보다 6도 이하로 떨어진 날은 총 28일로써 약 85% 의 비율로 낮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는 바, 일반인들이 말하는 '시험 추위'가 실제 존재하는 기상현상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는 것이다.

즉 “정신적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는 사람의 뇌파에서는 평상시보다 약 30배에 가까운 강력한 세타파(θ, theta wave)가 발생하는데, 이 세타파가 국지적 지자기에 영향을 주어 그 세기를 약 0.7~1.2 *10-8Wb 정도 감소시키고, 이것이 대기중의 수증기 분자 내 수소원자의 운동성을 편향시키는 바, 수증기 분자의 진동수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분자 자체 발산 온도가 평균 30%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험생 및 학부모의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험 당일에 가까울수록 일시적, 국지적인 기온이 급강하하게 되고, 시험 인구가 비교적 적은 인근 산간지대 및 해안 지대와의 대기 온도차에 의한 강한 바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정당성은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어떻든 간에 수능이 있는 날은 ‘시험 반짝 추위’와 함께 대한민국이 요란스럽다. 이날은 전국 어느 곳을 망라하고 수능 고사장이 있는 도시의 교통체계가 수험생 위주로 재편되어, 평소에는 철저한 신호위반 단속도 어지간하면 묵과될 뿐 아니라, 이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직장의 출근시간까지 1시간 가량 늦추는 아량아닌 아량을 베푸는 풍경을 연출한다.

시험이 시작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난 한 고3 수험생은 단정히 세수를 한 후 승용차로 가면 5분이면 될 거리를 30분 이상 걸어서 고사장으로 간다. 흔히 말하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수능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라고 말하는 이 고3 수험생은 상당히 의연함을 보인 모습이다. 그러나 불안한 부모의 마음은 수험생을 고사장까지 바래다주고 싶었으나 워낙 강력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수험생의 의지에 밀려 하루 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은 채 안절부절하였다. 또 어느 학부모는 수험생을 고사장까지 바래다 준 후 곧장 자신이 자주 가는 사찰에 가서 점심도 거른 채 시험이 끝나는 시간까지 불공을 드려 다음날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걸어서 가거나 승용차로 가거나 고사장 입구에 도착하게 되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의 선전을 바라는 다양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후배들의 응원모습은 커다란 결전을 앞에 둔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것처럼, 말 그대로 요란, 시끌벅적이다.

지난 1969년 ‘대학입학 예비고사’란 이름으로 시작하여 대학입학 수학능력을 검정하기 위해 40년이 넘도록 시행되는 이 제도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교의 진학여부로 ‘자신의 운명을 판가름한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한 끝나지 않을 것만 이 풍경을 보면서 바다 건너 저 멀리 있는 아일랜드의 교육제도를 떠 올린다.

192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섬나라 국가인 아일랜드에는 '전환학년(Transition Year)'이라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공교육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주어지는 1년 간의 무시험 기간이다. 학생들은 이 기간동안 50여 개의 특별과목 중 원하는 과목을 택할 수 있고, 각종 직업체험, 야외현장학습, 사업체 운영(임대료, 세금을 내고 물건을 만들어 팔며 소규모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체험수업), 사회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자신이 경험하고 체험한 일들을 바탕삼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게 된다.

명문대 선호 풍조로 자신의 적성과는 무관한 학과 선택으로 말미암은 중도탈락과 학과 수정으로 인한 시간적 낭비는 물론 명문대 입학 실패로 좌절하고 시름하는 사람들을 흔히 목격하는 우리 사회에‘전환학년’이라는 아일랜드 공교육시스템은 여러 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