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말미암아‘추곡 전량 수매’는 물론 ‘수매가 인상’ 등을 내세우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성을 벌이거나 지방행정청사 앞에 산더미 같은 나락가마니를 쌓아 두고서 농성을 벌이는 모습은 년례 행사처럼 자주 보게 되는 풍경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은 말 그대로 옛말이요. 신자유주의 시장경쟁체제에 따라 농산물수입개방과 관계 당국의 대처에 벼를 불사르고 머리띠를 동여매는 실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농가의 현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농가를 살리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의 개발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간의 정책을 살펴보면 전체 농가에 맞는 정책의 개발이나 해법은 없다. 이에 따라 지역 환경이나 자신의 실정에 맞는 해법을 스스로 찾지 않으면 우려했던 바 농가도산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오늘의 냉엄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떠오르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농업으로 선진국에 이른 덴마크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농업도 경영이다’라는, 농가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는 경영마인드의 제고다.

세계적 농업 강국인 덴마크 농업의 저력은 무엇보다 농민의 경영자적 자질과 철저한 농업교육에서 나온다. 덴마크에서는 농업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은 농업학교에 들어가 5년 과정을 마치고 국가시험을 거쳐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30ha 이상의 농지를 사야만 농장을 경영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친 농민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말하자면 농장 경영자를 중심으로 정부와 농업학교, 농업자문센터,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총체적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로 인하여 오늘날 파리와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소비되는 햄 종류 가운데 가장 고급품인 살라미(Salami)는 덴마크의 특산품이며, 일본에 팔리는 최고급 돈가스용 고기 역시 덴마크산이다. 덴마크가 수출하는 돼지고기의 13%가 특별히 돈가스용으로 만들어져 일본으로 팔려나간다. 연 5억달러에 이르는 대일(對日) 돼지고기 수출 규모는 덴마크에서 수입하는 일본산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적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농업인 스스로의 인식의 문제다. 덴마크 역시 우리나라와 별 다름없이 국내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어떤 산업이든지 대규모 기술개발이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바탕으로 자칫 소홀하기 쉬운 틈새산업에서만큼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는 좋은 논거일 것이다.

요즘은 농업기술센터나 농업협동조합 등에서 농가에 주어지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영농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농업시장과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농업인 스스로의 인식변화에 따른 적극적 노력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원초적 단초인 셈이다.

막연히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생각만으로는 변화하는 선진농업을 따라갈 수 없다. 80kg들이 한 가마에 240만원으로 일반 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장흥의 한 농가가 생산하는 붉은 빛의 쌀인 적토미, 쌈채와 더불어‘먹는 꽃’으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공주에 있는 농장 등의 사례처럼, 단순한 생산위주의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비즈니스(Agri-Business) 영역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농업을 식품, 유통, 제약, 관광, 레저, 문화 예술 등의 관련사업과 연계 육성해야한다. 그리하여 전통적인 농가개념에서 농촌 서비스를 갖춘 현대적 경영체제로 발전하는 것이 갈수록 현실로 드러나는 식량전쟁의 타결책은 물론 우리 모두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농촌이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