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한해 농사가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Lady 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에서 날아온 소식은 모처럼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전남 함평 출신의 신지애선수가 LPGA 신인상 수상, 3개 대회 우승 및 올해의 상금왕에 등극하고, 장흥의 핏줄이 섞인 미셀위의 LPGA 처녀 우승 등에 힘입어 LPGA 23개 대회 가운데 11개 대회를 한국의 낭자군이 우승함으로써 LPGA에서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심어 놓았다는 것이다.

비록 멕시코 출신의 오초아에게 1점이 부족하여 올해의 선수에는 등극하지 못했으나 전남의 함평이라는 작은 시골 낭자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선수들이 가장 가까이 하고 싶은 친구 같은 선수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또 끊임없이 노력하는 신지애 선수의 모습은 가장 닮고 싶은 롤 모델(role model)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우승은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승자라고해서 모든 선수들이 닮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미소를 띠며 스스로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신지애 선수의 친절과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인하여 많은 선수들이 닮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신지애 선수의 키는 1m56으로 운동선수로는 상당히 적은 키에 속한다. 그 작은 키에서 250야드를 웃도는 강력한 드라이버 샷의 비밀은 바로 하체의 고정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강력한 하체를 만들기 위해 본인이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운동을 하였다고 한다.

미소를 띠는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미소천사라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녀의 미소만 가지고 평가를 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남몰래 이웃을 돕는가하면 연간 1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기도 하고, 자원하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홍보대사가 되기도 했다.

작년 ADT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우승상금100만 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라고 기자가 물었을 때, “한국은 지금 겨울인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아버지와 의논했고 남은 돈으로 내년도 시즌을 위해 미국에 집을 마련하고 동생들을 데려오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기심(利己心)이 아닌 이타행(利他行)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접하면서 2009기축년이 저물어 간다. 희망으로 부풀었던 소띠해에 정치계와 종교계의 거목이 타계하고, 신종플루라는 전염병의 유행에서 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세종시 문제로 정치권이 요란스럽다. 그 요란스러움에 날씨가 차가워져 한숨을 토해내는 소외계층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예전 같으면 구세군 냄비를 채우는 종소리와 불우시설을 방문하는 이들의 요란스러움으로 그나마 조금은 덜 추웠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