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토론의 최대 이슈는 허경만지사의 검사시절 이야기, 전석홍 후보의 광주 시장 시절, 무등산 타잔 등이었다. 지방선거 방송토론을 맡은 PD로서 게임이 흥행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든 잘 나가는 허경만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급기야 생방송으로 진행된 마지막 방송토론이 임박하여 후보자 부인을 출연시키라고 하여 후보자를 난처하게 하고 곤란한 입장에 처하도록 한 적이 있다.

전석홍 후보는 흔쾌히 수락한 반면 허경만 후보측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하였고 참모진이 방송국까지 찾아와 항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건방지게 보였을까?

필자는 그 후로 3년 후인 1998년 만 39세때 민선 2기 함평군수로 출마하여 당선 되었다. 당시 젊은 패기로 들녘 곳곳을 누비면서 동분서주하며 뛰고 있는데 허경만 지사께서는 도 간부회의에서 젊은 군수가 기대된다며 수차례 격려의 말씀을 하고, 기관장 회의석상에서도 언급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3년 전을 되돌아보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론 가슴이 찡해 왔다. 진정한 ‘어른’ 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또 도지사 재임 시절에 함평을 지날 칠 때마다 전화하여 퉁명스러운 어투지만 별일 없냐고 물으시며 관심을 가져 주시고 격려해주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진정한 리더는 모든 조직원이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는 지방자치의 도입으로 도 산하의 전 조직원이 일을 찾아서 했던 시기였다. 허 지사는 상대방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을 과감히 포용했던 큰 지도자였다. 상대 후보의 최측근 간부를 차별하지 않고 오히려 부지사까지도 끌어주려고 했다고 한다. 감히 凡人으로서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도량이 컸던 대인이 아닐 수 없다.

‘미스터 인프라’ 라고 자처하면서 YS와 담판을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 국도 77호선 무안-광주 고속도로를 정부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전남을 홀대하면 지사직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까지 확보했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지역발전을 이끌어 갈 진정한 리더라면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가 아닌 실용정부에서도 이런 두둑한 배짱이 요구되는 것 아닌가?

필자는 허경만 지사께서 도정을 운영하면서 가족들이 인사와 사업에 개입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특히 지역 안배, 학교까지 균형을 맞춰가는 원칙과 격을 지키는 인사 스타일을 보면서 제 5대 동시지방선거를 치르는 시점에 이르러 더 큰 어른으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동부권 출신 도지사임에도 불구하고 동부권 주민과 도의원을 설득하여 무안 남악에 도청을 이전하면서, 광주·전남이 통합 될 수 있다면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대인다운 면모도 혜안이 아닐 수 없다.

여수EXPO가 유치되었으나 허경만 지사의 ‘허’자도 입에 담는 사람이 없었지만 도청은 서부, 엑스포는 동부에 유치함으로써 전남의 균형발전에 선구자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지사 3선 경선에 실패한 이후에 보인 행적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된다. 경선 실패 이후에 재량사업비에 대한 예산집행, 공무원 인사를 단, 한 건도 하지 않고 후임 지사에게 물려준 점, 얼마나 아름답고 후배 단체장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덕목인가?

말은 쉬워도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필자도 허경만 지사님의 영향을 받아 연초에 군수직 퇴임을 하면서 연말, 연초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판공비 등을 일체 손을 대지 않고 권한대행과 후임 군수께 일임하도록 하고 군수직을 퇴임 하였다.

지방자치 5기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허경만 지사처럼 큰 덕과 원칙을 실천하고, 중앙정부에도 할 말을 하면서 지역을 이끌어 나가는 참다운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사직 퇴임이후 변호사직을 내놓고 고향발전을 위하여 재경 광주·전남 향우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퇴임 후에 지역의 원로로서 역할을 하는 인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점에 큰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남악의 전남도청 청사에 민선 초대 허경만 지사님의 공적비 또는 흉상을 세우는 것도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