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시간 남기지 않은 법정선거시간 때문에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도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유세차를 이용한 홍보방송이며, 선거운동원을 이용한 표밭다지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빗속에서도 열을 식히지 못하고 있는 후보자 측과 달리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단체장재보궐선거에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 역시 상당하다는 것이 이번 선거판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로 인해 각 정당과 선관위의 투표독려를 위한 다양한 홍보 광고가 각종 언론매체는 물론 유인물과 현수막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하여 진행되고 있는 데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은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욕하거나 언론의 편파보도 등 식상한 대한민국의 정치풍토에 그 이유를 들면서 자신의 냉담을 합리화한다. 합리화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합리화가 그리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의민주주의 정치사회에서 정치권을 탓하여 외면하다고 하여 정치권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을 탓하기 전에, 유권자가 먼저 이번 총선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를 되찾아 적극적 행동, 즉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시대적 의미를 잃어버린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시민 자신이다. 따라서 ARS나 RDD 여론조사로 드러나지 않은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전달해야만 한다.

대의정치사회에서 투표용지는 유권자가 정치권에 던지는 '종이돌(paper stone)'이라 부르기도 한다. 유권자 누구에게나 한 개의 종이돌이 주어진다. 돌을 던져야 한다. 그 돌을 던지지 않아 발생하는 ‘국가의 재산과 공적인 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넘실대도, 그것을 제어할 권력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진행된 역사에서도 나타나지만, 절반 가까이 무관심 속에 치러진 선거의 결과로 정치적 권위주의가 복원 되었고, 힘의 논리가 정당성의 논리를 압도했음을 MB정권의 밀어붙이기식 4대강 사업에서 여실히 보아왔다. 이로 말미암아 신자유주의 경쟁만능주의가 약속했던 '저비용-고효율' 사회는 힘과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현실이 되었을지 몰라도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지독스런 '고비용-저효율'의 연속이었다. 과거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더 열심히 일했어도 소득격차는 나날이 벌어졌다. 총선이란, 이런 정치적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어떤 대안적 패러다임을 한국사회에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전국민적인 정치행위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지역사회의 역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특정 패거리만의 잔치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동참해야할 정치행위다.

이번 4월 11일 순천에서 실시되는 총선과 자치단체장재보궐선거는 실질적으로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냉정히 검토를 하는 것이 아닌 적잖은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정원박람회의 추이에 예민한 시민정서에 편승한 기득권층의 프레임 전략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챙겨야 할 후보자의 기본적 덕목은 뒷전으로 나뒹굴어져 버리고, 의미를 교란시키는 미시적 사건이 침소봉대되면서 실상 중요한 문제들은 묻혀버리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문제시 되고 있는 힘의 논리가 정당성의 논리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은 뒷전인 채 어쩌면 지엽적인 갈등을 후보 간 대립에 맞먹는 갈등구조로 대치시킨 결과가 정치꾼과 그들에 기생하는 무리에 의해 선거판을 교란시키는 데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선거가 지역단위의 전망을 둘러싼 경쟁이라면, 총선은 중앙이나 국가적 범위의 의제가 주요 화두가 된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는 실상 이 둘이 모호하게 결합하면서 지자체 단체장선거가 정권 심판의 성격으로 진행 되거나 총선이 오로지 지역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치부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무소속 후보와 정당소속 후보 간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여론의 프레임 전략으로 인한 것으로 정치꾼들은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여 시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이슈로 프레이밍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한 선량의 덕목과 능력, 그리고 지금 당장 필요한 사안은 뒷전으로 밀어 버리고 의도된 이슈를 선거의 주체로 위장하고 만다. 여기에는 반드시 정당성의 논리를 압도하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기본 전제조건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재산과 공적인 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넘실대도, 그것을 제어할 권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로 말미암아 대다수의 시민은 약속한 시간동안 그 논리에 볼모가 되어 끌려갈 뿐이다. 그러나 정치꾼들의 꼼수에 의한 것이든, 힘의 논리에 의한 것이든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사안의 책임이 시민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 주어지는 한 개의 종이돌을 어떻게든 써야 하며, 또 그것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신의 의지에 의한 돌을 던져야 한다.

무관심에 의한 불참과 의지에 의한 참여 사이의 격차는 이른바 지난해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서의 '박원순 효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서의 투표운동과 결합된 반값 등록금 운동은 선거 직후 서울시립대의 즉각적인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이어졌고, 이번 총선에서도 대부분의 후보가 반값등록금을 약속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조금씩 힘을 합친 정치적 행동은 힘의 논리로 밀어부쳐 수조원의 돈이 강바닥을 헤집는 데 쓰이게 만들 수도, 보육비나 등록금 보조금으로 쓰이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투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시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시간이며 앞으로 약속된 시간동안 전개될 정치의 폭을 결정짓는 순간이다. 이것은 설령 선거가 지엽적인 문제나 거짓에 현혹되어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참여와 외면 등 어떤 이유로 선택을 했건, 지금의 결정은 향후 약속된 시간 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란 자신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위해서만 힘을 쓰기 때문에 어떻든 돌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