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총선에서 부산사하갑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문대성의원이 논문표절 의혹으로 결국 탈당으로 마무리되었는가 하면, 최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는 한양대 재임시절 제자의 석사학위논문을 베끼기 수준의 복사, 무단인용, 짜깁기 등으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중앙정가가 한창 시끄럽다.

이와 같은 표절 논란은 예전에는 주로 연예계에의 일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학계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표절시비로 사회적 파장이 크게 일고 있는 가운데‘나쁜 짓은 가르치지 않아도 잘 배운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는 하는 듯이 지방정치권에서도 이와 같은 표절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광양시의회가 평택시의회 공무국외연수보고서를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정가가 시끄럽다.

광양시의회 일부 의원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6일까지 8일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키즈스탄 국외연수를 떠났다. 총 여행경비 22,530,000원은 광양시의회가 부담했다.

이에 광양시의회 이정문 의장은 지난 7월 19일 언론인 초청 간담회에서 전반기 의원들의 국외연수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충실한 해외연수로 평가하면서 조만간 보고서를 인터넷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장이 언급한 ‘충실한 해외연수’를 확인하기 위해 광양시의회 전자자료관의 공무국외연수보고서 파일을 확인하려 했지만 평택시의회 공무국외연수보고서가 올라와 있었다.

이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광양시의회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광양시의회 사무국은 직원의 실수라는 답변에 이어 파일을 광양시의회 공무국외연수보고서로 교체했다.

그러나 평택시의회 공무국외연수보고서가 ‘왜 광양시의회 전자자료관에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광양시의회 의원들이 평택시의회 의원들을 오마주했을리 없어 광양시의회 공무국외연수보고서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평택시의회의 보고서 내용이 다량 도용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광양시의회 연수단장인 당시 이서기 부의장의 분량의 상당부분도 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평택시의회는 광양시의회보다 달포 가량 앞선 지난 4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의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2009년 짜깁기 공무국외연수보고서 작성으로 언론과 시민사회의 질타를 받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공무국외연수가 외유성이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는 이유는 공무국외연수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도용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공무국외연수보고서는 충실한 공무국외연수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기록물로 공무국외연수의 최종 마무리는 공무국외연수보고서 제출이다.

그런데, 6월 6일 국외연수가 종료됐음에도 7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광양시의회 이 의장이 공무국외연수보고서를 올리겠다고 이야기한 점을 상기해 보면 ‘광양시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에‘공무국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자는 15일 이내에 별지 제2호 서식에 따라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제9조(여행보고서 제출) 역시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표절, 즉 도용은 범죄행위
표절은 ‘다른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용해 사용해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이라고 두산백과사전에서는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말 가운데 영화계에서 사용되는 오마주(hommage)라는 단어가 있다.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로서 영화에서는 보통 후배 영화인이 선배 영화인의 기술적 재능이나 그 업적에 대한 공덕을 칭찬해 기리면서 감명깊은 주요 대사나 장면을 본 떠 표현하는 행위를 가르킨다’고 두산백과에서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오마주 역시 지적재산권 침해여부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데 반해 표절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정의를 세우기 위해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권에서의 태연한 ‘범죄행위’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라고 맡기는 것과 다름 아닌 양상이어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광양시의회를 포함한 다른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의원들의 공무국외연수가‘외유성 공무국외연수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공무국외연수보고서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없고, 이러한 시스템이 존재하더라도 공무국외연수에 투입된 국민의 혈세를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때만 되면 실시되는 공무국외연수가 외유성으로 질타 받는‘의원 나리들의 공무국외연수’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적재산권 보호와 선량한 의원들의 노력이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원들 스스로가 특권의식을 버리고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