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범규 감독이 올 해 내세운 광주FC의 전체적인 축구 컨셉은 패스워크와 조직력이다. 지난 시즌엔 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되 최전방은 힘과 높이에 의존했다면 이번 시즌은 상대보다 많은 볼 소유 시간을 바탕으로 보다 세밀하고 만들어가는 광주의 축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축구는 볼 가진 선수를 중심으로 주변의 동료들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90분 내내 보여줘야 가능한 결코 쉽지 않은 축구다.

일단 겨우내 일본과 중국을 돌며 가진 동계훈련에서 광주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은선, 김수범, 이한샘, 유종현 같은 기존 멤버들이 건재한데다 박병주와 마철준, 정경호, 김준엽, 권용남 등이 가세하며 수비라인과 중원에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카시오-루시오의 ‘브라질 듀오’로 이뤄진 공격진은 올 시즌 K리그에 골 폭풍을 몰고 올 거란 기대감을 주기 충분하다.

비록 K리그 내에서도 벌써부터 우승후보와 그렇지 않은 팀들로 전력이 구분되지만 어차피 8개 구단 모두가 큰 폭의 선수단 변화를 겪었고 조직력도 완벽하게 다져지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광주로선 상주라는 이름값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전반 초반부터 강한 집중력을 갖고 준비한 것들만 확실하게 선보인다면 경기 흐름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K리그 클래식급 스쿼드를 구성하며 광주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상주는 ‘신병’ 이근호를 앞세워 거세게 밀고 나올 걸로 예상된다. 스피드를 활용한 발군의 돌파력과 가공할 득점력으로 울산이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이었고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근호다. 이런 그를 잡기 위해 상주 박항서 감독은 지난 겨울 동분서주 했으며 그가 상무 입대를 결심하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는 후문이다.

이근호 같은 선수를 일대 일로 막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대 일, 경우에 따라선 삼대 일과 같은 협력수비가 절실하며 무엇보다 광주로선 이근호의 스피드를 살려주기 위해 양 측면 깊숙한 공간으로 찔러주는 상주 미드필더들의 패스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지난 2년 간 K리그 무대에서 자주 격돌했기에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광주와 상주다. 멤버들의 면면만 놓고 볼 때 K리그 챌린지 최강이라 평가받는 상주와의 올 시즌 첫 경기를 통해 광주FC의 연말 승격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쳐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