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오랫동안 끌어오던 순천시와 순천문화권의 건물 소유권 분쟁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순천시와 순천문화원의 갈등이 끝나지 않았으며, 지혜로운 방법을 택하지 못하여 귀중한 혈세가 낭비되는 것에 대하여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순천시와 순천문화원의 건물 소유권 분쟁으로 야기된 불편한 관계는 해묵은 것으로, 노관규 시장 재임시절인 지난 2008년 9월 사회단체보조금을 끊으면서 시작되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입성한 조충훈 순천시장 역시 취임 이후 문화원 정상화를 이유로 지금까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자 일부 시의원들이 올해 초부터 순천문화원 이사로 들어간 뒤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편, 순천시와 순천문화원측은 최근까지도 만나 문화원 정상화와 청사 이전, 보조금 지급 등을 놓고 논의를 벌였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결국 순천시는 현재 이전 추진 중인 건물의 리모델링 작업이 끝나면 이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지방의 향토문화창달을 위하여 일정한 시설을 가지고 문화 및 사회교육사업을 실시하는 비영리 특수 법인체로 인식되는 문화원은 1950년대 초에 미국공보원 산하에서 활동하던 공보관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문화활동 및 상록수활동을 위한 사설기관으로 밀양과 대전 등 몇 몇 지방에서 자생적으로 문화원을 설립하면서 전국에 확산되었다. 1962년 1월 이들 문화원을 회원단체로 하여 사단법인 한국문화원연합회를 결성, 1965년 지방문화사업조성법과 그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1971년에는 132개가 되었다. 그러나 1971년 감사 결과 문화원의 부실운영 사례가 많이 발견되어 1972년 전면적으로 지원을 중단하게 된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통문화의 강조와 함께 향토문화육성을 위하여 문화원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1982년 문화원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전국 단위 지자체에 문화원이 없는 곳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부침을 겪은 문화원은 1960년대에는 정부시책의 홍보, 향토문화원의 계발, 국제문화교류로 한정되었던 것이 1980년대에는 홍보·문예진흥·전통문화선양·도서관사업·사회교육·문화복지증진·국제문화교류 등으로 더욱 다양화되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 문화원의 사업은 지역별 특색이 강조되면서 독특한 지역 문화제가 각 지역별로 실시되고 있으며, 1980년대 사업보다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된 사업을 실시하게 된다.

문화적 역량이 강력한 경쟁무기가 된 21세기 창조경제시대는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향토문화의 중흥, 또는 활성화는 각 지자체의 당면한 숙제라 말할 수 있으며, 그동안 문화활동이 중앙집중화되어 있어 지방문화육성이 시급한 때에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세워진 문화원을 중심으로 지방의 특수한 문화자료를 발굴, 조사, 정리, 보존, 보급한다는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원은 향토문화를 발굴, 정리하고 향토사를 펴내는 활동을 통하여 각 지역의 향토문화의식을 고취시키고 향토 축제를 정착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해 오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청소년의 선도 및 평생교육진흥에도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존 문화원이 그러한 과업을 수행하기에는 경제·사회적 여건이 부족하여 그 활동이 부진한 사례가 많은데,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역시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크게 확대되어야 하는 데도 그러한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4년째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순천문화원에 대한 순천시의 ‘정상화’ 요구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순천문화원 역시 자구적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나, 다수의 순천시의회 의원을 비롯하여 지역 출신의 도의원을 이사로 영입한 본심과 그 결과물이 무엇인지 묻고싶다.

지난 정권부터 지역문화창달, 혹은 중흥을 위해 문화원사무국장의 전문성을 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무국장의 연봉을 높였다. 그러나 표류하는 순천문화원은 사무국장 직무대리는 있으나 사무국장은 없다. 이러한 상황의 근저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르나, 예산의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순천문화원 보조금과 관련한 담당공무원의 ‘2013년 하반기 추경예산 편성 역시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는 너무도 당연한 듯한 대답과 함께 뒤이은 ‘화해 권고안에 따라 지급한 3억원이 있는 데 뭐가 문제겠느냐?’는 지자체 문화정책 관련자의 말에 그만 말문이 막힌다.

어쨌거나 6년을 끌던 순천시와 순천문화원의 불편한 동거는 6월 말이면 청산된다. 그런데, 불편한 동거가 끝났다고 순천문화원이 정상화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는 시민이 얼마나 될 것이며, 과연 문화경쟁력이 강조되는 창조경제시대 순천의 문화적 역량을 선도해야 하는 순천문화원은 언제쯤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