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 중학생과의 페이스북 인터뷰 공개

- 전북 군산 중학생, ‘내가 대통령이라면?’ 국민공약 문자메시지로 인터뷰 요청

2017. 04.23(일) 16:53

[국회/아침신문] = 19일 낮 12시경 문재인 후보의 ‘내가 대통령이라면?’ 국민공약 문자보내기로 전북 군산의 한 중학생이 페이스북을 통한 서면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군산 회현중학교 1학년 2반 정수영 군은 같은 반 친구들과 4명이 한 팀을 이뤄 민주주의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곧바로 정 군과 통화해 문 후보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뷰 질문을 보내는 방법을 알려줬다. 정 군은 21일 오후 6시경 문 후보의 페이스북 메시지로 질문을 보내왔다.

 문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답변을 보낸 뒤 23일 오후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정 군의 질문에는 입시, 사교육 등 주로 교육 문제가 많았지만 민주주의, 국정교과서 등에 관한 것도 있었다.  

 
<문재인 후보 페이스북에 공개된 정수영 군과의 서면인터뷰 전문>

1.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와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이번 선거에서 뽑히신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와 정치를 어떻게 바꾸고 싶으신가요?

= 학생들 생각과 어른들 생각이 다른 경우가 있지요. 학생들은 친구와 우정이 중요한데 부모님은 공부가 우선이라고 해요. 그럴 때는 부모님이 참 야속하기도 할 거예요.

  정치도 비슷하죠. 지난겨울 화가 난 국민들이 광장에서 추위에도 촛불을 들었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정상적인 사회, 올바른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었지요. 그게 안 되니 국민이 촛불을 들어 항의한 거죠. 저는 그 국민의 뜻을 정치가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우리 사회를 공평하고 정의롭게 만드는 일이죠. 부모님들은 회사에서 일하시거나 장사를 하시든 참 열심히 일하시죠. 언니 오빠도 취직을 하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하죠.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도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죠. 흙수저, 금수저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학력이니 배경이니 이런 거 필요 없이 하고 싶은 일 하고, 또 노력한 만큼 성공도 할 수 있어야 공평한 거 아니겠어요? 이런 게 상식인거죠.
 
  그래서 저는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가 우리 국민이 바라는 사회고, 또 사회를 그렇게 만드는 일이 정치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돼야 여러분도 앞으로 커서 마음껏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게 될 거고요.  

2. 만약 대통령이 되신다면 국민들에게 어떤 대통령이라고 불리셨으면 좋겠나요?

=  저는 친구 같은 대통령이라고 불렸으면 좋겠어요. 모든 국민이 편하게 생각하고,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어요.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를 서울 광화문 정부 종합청사로 옮기려고 해요. 지금 청와대는 국민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도 너무 멀어서 함께 토론하기 의논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어요.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 함께 일하는 사람끼리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국민께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하루의 일을 마치고 나면 국민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지요. 어려운 나라 사정을 하루빨리 해결하려면 많은 생각이 모일수록 좋아요. 잘못된 걸 서로 고쳐주기도 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는 함께 고민해서 풀 수 있거든요.
 
 지금의 청와대는 국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둘 거예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소풍도 오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될 거예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저는 일자리 대통령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일자리가 있어야 돈을 벌고, 밥도 먹고, 집도 사고, 옷도 살 수 있잖아요? 지금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일자리가 너무 부족해요.

  모두가 일자리를 갖고 걱정 없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만들겠다고 약속할게요.

3. 문재인 후보님께서는 학생들의 주입식 교육이나 스펙강조 사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바꾸실 계획인가요?

= 요즘 교실 풍경이 어떻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수업종이 울리면 일사불란하게 교과서를 펴고, 반장의 구령과 함께 선생님에게 인사를 한 뒤 수업 내용을 받아 적기 바빴어요. 내 아이들도 학교 다닐 때 크게 다르지 않은 교육을 받았어요. 선생님에게 재밌는 이야기라도 들려 달라 하면 “빨리 진도 나가야 한다”고 해서 재미없었다고 해요.

  학교마다 사정은 좀 다르겠지만 학교 수업이 재미있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바로 혁신학교죠. 혁신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시설이 좋고, 또 교과목 우수 선생님들이 많아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교실 풍경이 다르기 때문이죠. 학생 스스로 수업을 준비하고, 자기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와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은 안내자 역할을 해 주죠. 저는 이런 혁신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하려고 해요.
 
  수영 군, 하늘 군, 민서 양, 연서 양은 아직 중학생인데 벌써 스펙을 걱정하네요. 진정한 경쟁력은 창의력이고, 나아가 진정으로 내가 어른이 되어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거죠.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기간이 너무 짧아요. 형식적인 학교도 많죠. 자유학기제를 강화하고 자유학년제까지 확대하려고 해요.

4. 학생들의 사교육과 관련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더 강조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인하여 늦게 자고, 학교 수업시간에는 졸려서 자는, 이런 교육방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잠자는 교실을 깨우자’가 제 교육 목표예요. 우리 학생들 걸음마를 떼고, 말문이 트인 영유아기 때부터 정말 너무 많은 것을 배우죠. 친구보다 한 발 앞서 가기 위해서 바쁘게 온갖 학원을 돌아 다녀야 해요. 부모님을 이해는 해주세요. 부모님 세대는 학력이 곧 생존인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죠.

  제가 드릴 수 있는 약속은 공교육 강화예요. 사교육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학교 교육 말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교실 풍경을 바꿔야 해요.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들어 초등학교, 중학교 9년 동안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애를 쓰지 않도록 만들려고 해요. 또, 고교 3년을 오직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스펙 경쟁을 하지 않도록 입시전형을 단순화 할 거예요. 궁극적으로 학벌 차별이 없는 사회여야 해요. 이른바 SKY 대학을 졸업했든, 지역대학을 나왔든 차별해 채용하지 않는 기업문화를 확산시키려고 해요.

  또 학생들이 너무 어렵고, 너무 많은 교과목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로 인해 사교육이 발생하거든요. 난이도와 분량을 적정화해야 한다고 봐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처럼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 다시 말해 과목 수강제를 도입해 사교육 시장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할 거예요.

  그럼에도 당장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수업시간에는 내려오는 눈꺼풀을 참아야 하죠? 지역 교육청의 사정에 따라 조례로 학습시간을 설정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요. 교육자치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권고 기준안을 만들 거예요. 또, 학원 휴일 휴무제는 영유아와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요.

5. 만약 선거에서 뽑히신다면 고등학교 3학년들이 보는 시험 중 하나인 수능을 개혁 할 생각이신가요?
 

= 지금의 대학수능시험은 대도시 거주,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이 높은 자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에요.
  회현중 학생들도 해당될 텐데 고교학점제, 다시 말해 교과목 수강제를 고등학교에 도입하려고 해요. 최소한의 필수 이수과목을 두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하려고 해요. 선생님들 역시 평가 자율권을 높여 학생부를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교학점제 정착에 맞춰 중장기적으로 수능은 절대평가가 되도록 추진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예측 가능한 대학입시가 되도록 대입제도를 법제화하려고 해요.

6. 국정 교과서에 대해서는 찬성이신가요, 아니면 반대이신가요? 그 이유도 알려주세요.

= 국정교과서는 당연히 반대하죠. 특히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거든요. 회현중 학생들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겠지만 박근혜 정부는 많은 국민들 반발에도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을 강행했죠. 결과는 어땠나요. 모든 학교에서 거부했죠. 우선 이것부터 폐지할 거예요.

  교육은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민주적인 과정이어야 해요. 하나의 시각을 가르치는 국정교과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아요.

 현재 초등학교는 국정교과서 체제죠. 우선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검‧인정 체제로 바꿀 거예요. 교사별 평가제 도입, 그리고 교육과정 재구성과 연계해 음악, 미술, 체육, 문학 등 중학교, 고등학교 일부 교과서부터 자유발행제를 추진할 거예요. 교사의 전문성,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더 다양한 교육자료를 선택해 수업에 활용하도록 보장할 생각이에요.

7. 대통령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며, 대통령의 꿈을 언제부터 키워왔나요?

= 저는 돌아가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을 정치인으로 가장 존경해요. 국민을 위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한 분들이죠. 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일들을 많이 하셨어요.

 제 생각에 두 분의 꿈은 같아요. 국민이 서로 싸우거나 미워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꿈이 있으셨죠. 친구가 밉더라도 내가 조금 양보하고 이해하면, 서로 싸우지 않게 되잖아요? 조금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평생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두 분은 우리나라 지역갈등, 정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평생 일해 오셨지요. 안타깝게도 그 꿈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어요. 두 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고 제가 두 분의 못다 한 꿈을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저는 두 분의 꿈에 더해서 똑바르게 원칙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두 분이 이루지 못한 꿈과 제 꿈을 함께 이루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고 결심했어요.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아름다운 나라가 될 거예요.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는 나라, 서로를 위해 반칙하지 않고 약속을 잘 지키는 그런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어요.

이문석 jlms10240@hanmail.net        이문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