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을 길을 걷는 것에 비유한다. 그래서 ‘인생길’이라고 말을 쓰기도 한다. 또한 ‘사람 ’人‘을 破字(파자)하여 설명하면서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는 까닭에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길을 걷다보면 때론 더운 날도 흐린 날도, 바람 부는 날도, 비가 오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비를 가리는 우산이 되어주기도 하고,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는 양산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인연은 좋은 이웃일 것이다. 궂은비가 오는데 커다란 우산을 혼자 쓰고 가거나 고급 승용차에 홀로 앉아 타고 가면서 그마저도 부족해 길을 걷는 사람에게 흙탕물을 끼얹고 가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바람직한 모습은 뭘까?

비가 오는 날 크지 않은 우산에 비록 한쪽 어깨가 젖는다 해도 같이 쓰면서 걷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지팡이가 되어 부축하며 천천히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아닐까?.

‘더 빨리, 더 높이, 더 크게’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론이 득세하는 메마른 세태에 보기 힘든 모습일지 모른다. 그러나 가끔은 작고 느리지만 지켜야할 가치를 중시하는 생각을 지닌 아름다운 이웃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 화려하거나 커다란 감동을 주는 모습은 아니지만 생각할수록 콧잔등을 시큰하게 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사람에게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피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피가 없어 죽는 사람보다는 피가 통하지 않아 죽는 사람을 더 많이 보게 된다”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를 위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기심의 발로에 의한 일방적 통행이 아닌 이타행으로 대화를 통한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그래서 가지지 못한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 경제 우선의 시대에 행정고시를 통해 경제분야 행정가로 15년을 봉직하다 돌연 법조인이 된 구희승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재경직 행정고시 합격
경제 분야 전문 행정가로의 출발
소외 받는 계층을 위한 변론에 관심을 특히 기울이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법조인으로 널리 알려진 변호사 구희승은 기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법조인보다는 경제관련 행정전문가로의 족적이 훨씬 많다. 중앙부처인 농림수산부나 상공부 등에서 경제전문사무관, 서기관으로 재직하면서 기획하고 제안한 문건들이 지금도 통용되고 있어 현직에 재직하고 있는 농림수산부나 산업자원부 등 중앙부처의 고위 공직자들이 ‘순천’하면 ‘구희승’을 떠 올린다고 한다.

깨어있는 지성으로 소통불능과 억압의 암울한 시대적 상황(5공시절)에서 제도권에 저항하며 학업을 이어가던 서울대학교 재학시절 동안은, 불평등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세계의 거대한 시류에 맞는 열린 사고와 그에 걸 맞는 소통을 원해 언론사에 근무하면서 해외특파원의 꿈을 갖기도 하였다. 그러나 부모님의 권유와 경제력이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현실성을 생각하여 행정고시 재경직에 응시하여 합격함으로써 경제전문행정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 디디게 되었다.

“WTO체제 하에서 공산품 제조업의 경우는 원료를 수입하여 완제품을 수출하면 관세를 환급 받는데, 축산을 하시는 분들이 사료를 수입하면 관세를 환급받지 못하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개방축산 시대에 대비한 경쟁력있는 축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정책입안을 하였습니다”라고 말하며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농림수산부 축산국, 기획실에서 사무관 근무를 시작하여 상공부 통상국 근무 시절에는 통산장관 대표단 회의 에서 장관을 수행하면서 APEC에 참가하고, 산자부 무역, 자원 담당으로 재직하면서 세계의 여러 나라들, 특히 석탄과 철강 수입을 많이 하는 호주 등과 협력을 이끄는 일들을 주로 하기도 했다. 이렇게 법관이 되기까지 15년을 경제 관련 중앙부처의 행정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그가 제안한 기안서나 업무 관련 파일은 아직까지도 그 내용성이 뛰어나 활용되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모든 사람에게 다 이로움을 주는 정책이란 없습니다. 특정부분에 이로움을 주게 되면 그 반대편의 희생이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보완대책으로 균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미국을 비롯해 EU, 인도, 중국 등과 한참 진행 중인 FTA를 살펴보면 손해와 이익이 공존하는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부분에 더 많이 배려하고 보완하는 균형 잡힌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하며 거대기업이나 제도적 강자 중심으로 된 FTA 내용에서 제도적 약자인 농어업인에 대한 배려를 말한다.

순천지역 행정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순천시 장기 발전 방향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신도심과 원도심의 차이 문제, 순천시와 구 승주군 도농 통합 이후 나타난 문제 등 정책을 수립 할 때 나타날 성과와 함께 소외된 지역, 계층을 함께 고민 했어야 합니다.” “제가 태어나고 꿈을 키웠던 지금의 원도심 지역을 거닐다 보면 어릴 적에 저를 안아주고 사탕을 손에 쥐어 주셨던 어르신들, 원도심에서 장사를 하고 계시는 상가 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안타깝고 만감이 교차되는 지점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반성을 하게 합니다.”라고 고민을 토로한다.
사법고시 합격! -법조인으로의 변신
진정한 법의 평등은 무엇인가?
법조인을 희망한 선친과 특정 분야의 전문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 전문 관료의 필요성에 의해 경제와 행정 분야의 법조인이 필요하다고 여겨 ‘구체적 정의 실현’ 이라는 명제를 갖고 도전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낮에는 근무를 하고 퇴근 후에 공부를 하는 등 주경야독으로 사법고시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당초는 사법연수가 끝나면 행정직에 복귀할 생각이었으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판관의 일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에 ’소위 말하는 지식의 문제 보다는 지혜의 문제‘로 인하여 적당한 경륜의 사회적 경험이 있는 판관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판사의 길을 걷게 된다.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대륙에서 받아들여진 까닭에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 예를 들자면, 민사 영역에서 민사법의 대전제인 변론주의로 말미암아 재관관은 경기장의 심판에 불과하고 이해 당사자끼리 싸움을 하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본인 스스로 재판에 임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판관 시절 현실과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 사이에서 고뇌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근대 시민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동등한 인격의 소유체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실력적 측면에서 동등하지 않다. 형사 영역 역시 경제 범죄나 폭행, 교통사고 등 대부분의 범죄에 있어서도 합의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 되는데 이 역시 경제적 능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까닭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신조어를 탄생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법적 관점에서 법률의 개정으로 불평등의 요소를 없애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판관의 정의관이 보다 나은 사회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법관에서 퇴임하고 변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BBK사건이나 비정규직문제, 여성인권 분야와 관련된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소위 말하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변론을 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사례를 이야기 해 달라는 필자에게 자랑 할 만 한데도 “개인의 인권과 삶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 사례를 밝힐 수 없습니다. 특히 여성 문제는 더욱 그렇습니다. 실명이야 공개 하지는 않으시겠지만 사례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여성에게는 ‘보이지 않는 인권침해’와 다시 한번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필자에게 오히려 부탁하는 모습은 사람에 대한 따뜻함과 애정이 묻어 있는 ‘변호사 구희승’의 참 모습을 느끼게 한다.

지역경쟁력
체격이 큰 것이 아니라 체질이 강해야
“경쟁력은 경제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신자본주의로 통칭되는 세계경제 질서 체제에서 지역의 경쟁력이라는 것 역시 지역의 경제력과 일맥상통하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로 말미암아 지역의 경제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나타났듯이 규모만 키운다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단순 논리로만 얘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며 “현재 OECD가입국 가운데 GDP 등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13위라고 하지만 복지 체계나 사회안전망 등을 살펴보면 이 보다 훨씬 뒤떨어진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 통합 능력 등 사람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점을 고려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며, 덧붙이기를 “세계적 흐름은 양적 팽창이 주류를 이루는 Hard Power에서 개개인의 삶의 질과 관련된 Soft Power의 시대로의 흐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발 우선이라는 사고에서 빚어지는 도덕적 해이, 기존의 상경하애(上敬下愛)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의 실종 등 머리가 크고 몸통은 조그만 가분수와도 같은 기형적 사회에서 머리와 몸이 동시에 건강하고 성장하는 정상적 사회로의 복귀를 희망합니다”라고 견해를 밝히는 구희승 변호사.

따라서 “체격이 큰 것이 아니라 체질이 강해야 합니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지역이 지닌 역사와 환경 등 지역을 바로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시민의 문화적 자긍심에 기초한 국제적 마인드의 함양이 필요합니다. 비록 한반도 남단 한 자락에 있지만 꿈과 희망은 세계로 향할 수 있는 국제적 넓은 시각을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고 말한다.

소통의 문제
피가 없어서 죽는 경우보다는
피가 통하지 않아 죽는 경우가 .......
지역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몸에 이롭고,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다(良藥苦於口而利於病, 忠言逆於耳而利於行)’는 『공자가어(孔子家語)』의 육본편(六本篇)의 말과 함께“사람에게 피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죽는 것을 보면 피가 없어서 죽는 경우보다는 피가 통하지 않아 죽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비록 자신의 견해와 차이가 있더라도 들음으로서 출발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곳을 바라볼 때 고개 숙여 낮은 곳을 둘러봤으며, 지켜져야 할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래서 남들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느냐’며 힐책할 때 ‘그래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 있기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과 따뜻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