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서민들, 보호와 안전의 사각지대에 사는 이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고통 받고 신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수행자의 삶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중생을 교화시키는 것, 그들과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하는 것이 미약하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구도자의 삶이자 보살행(보살이 부처가 되려고 수행하는 것으로 자기와 남을 이롭게 하는 원만한 행동)입니다”며 “사회 속 종교, 즉 문화를 만들어가는 종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종교와 사회 간 불신과 갈등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종교가 먼저 앞장서야 합니다”며 소외계층을 위한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순천을 비롯한 전남동부지역 불자를 중심으로 연화공덕회란 이름의 사회봉사단체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순천사암연합회 회장이자 연화공덕회 준비위원장인 상종 스님을 만나본다.

▶ 용화사 상종스님(우측 사진)
“보살행을 할 때 구도자는 행복합니다. 출가인에게 세상은 끊어야 할 속세가 아니라 품고 가야 할 업(業)입니다. ‘업’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지고 가는 힘든 삶의 무게가 아니라, 기쁨으로 보듬고 가는 가족과도 같습니다. 깨달음을 지향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중생의 고통을 같이 하는 삶을 살아갈 때가 가장 행복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을 할 때에 많은 것을 배웠고 수행자의 길을 더 곧게 가라는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었을 수 있습니다”는 연화공덕회 준비위원장 상종 스님.

Q 대부분의 사회봉사 단체는 기독교인이 많은데, 불교인 중심의 봉사단체인 연화공덕회가 구체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A‘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항상 맑은 본성(本性)을 간직하고 있다’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과 같이 무명(無明)에 둘러싸여도 깨달아서 불성(佛性)이 드러나는 연꽃처럼 어떠한 어려움이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자 하는 금강(金剛)의 마음을 담아 남에게 공덕을 돌리는 회향하는 단체로 보시면 됩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지금 우리 사회에는 보호와 안전의 사각지대에 사는 이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 기회의 불균등으로 고통 받고 신음하며 불평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불자(佛子)를 중심으로 한 회원들이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이롭게 하는 이타행(利他行)의 실천으로 사회적 약자인 소외계층에게 무료급식을 비롯한 의료지원, 장학금지원 등의 물질적 도움과 심리상담과 고통나눔 등의 정신적 도움으로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Q 그동안 이 지역에서 사회봉사를 하는 종교단체는 개신교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불자(佛子)들의 사회봉사단체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별히 이를 추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A 년 초 순천사암연합회 소속의 스님들과 대화 가운데 사회봉사에 관한 얘기가 논의되었습니다. 어려운 사회를 위한 보살행의 하나로 먼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에 대한 얘기가 개진되었는데, 매년 순천사암연합회에서 개최하는 ‘유등축제’로 인하여 잠시 주춤하다가 오는 9월 26일 창립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또한, 얼마 전 개신교의 모 목사님과 함께 식사를 하며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며 종종 만나 서로 협력하여 사회적 아픔을 치유할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종교인이라면 체제나 이념을 떠나 문화와 종교, 민간 차원에서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불교는 은둔적이고 내면적이라는 선입견이 강한데 사실 불자들의 행동지침서의 하나인 금강경은 능동적인 삶의 주체가 되라는 게 요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는 대로 인생이 바뀌게 된다는 금강경의 가르침은 현대인의 삶의 지침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한 오늘날 사회복지사업은 불교의 자비사상과 대승보살행에서 불교적인 사회복지사업의 실천이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한 만큼 대우 못 받는 사회, 차이를 인정 하지 않는 사회,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평등, 평화, 자비의 가르침이 필요하며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현장에 불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기만을 바라는 현 불교의 모습에서 탈피해 사회 참여라는 고행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불자 개개인의 보살행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체계적이지 못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들이 있었는데 이를 결집하여 행함으로 대내외적으로 알려져 더 많은 사람들이 보살행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Q‘자기 수행으로 성불(成佛)이나 하시지, 수행자가 저자에 나서 인기를 얻으려 한다’는 종교적 포플리즘으로 보는 일부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A 일연(1206~1289)스님이 쓴 ‘삼국유사’ 탑상(塔像) 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라 성종 때 부처가 되기 위해 백월산의 무등골로 들어간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각기 암자를 짓고 미륵과 미타불을 염원했다. 어느 날 스물 쯤 되는 아리따운 낭자가 한밤중에 암자로 찾아온다. 달달박박은 청정 도량에 여자를 들일 수 없다며 낭자를 내친다. 반면에 노힐부득은 한밤 깊은 골짜기에 찾아든 중생을 보살피는 것도 보살행이라 여겨 낭자를 거두어 주고 해산하는 낭자를 도와 짚자리를 깔아주고 목욕까지 시켜준다. 이 낭자는 관음보살의 현신이었고 이 덕분에 노힐부득은 미륵존상이 된다. 뒤늦게 깨달은 달달박박은 노힐부득의 도움으로 무량수불이 된다.’ 는 이야긴데, 불성(佛性)의 깨달음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그 현장에서 실현됩니다. 수행에 방해가 되는 여자를 피한다고 청정해지는 것은 아니죠. 우리가 사는 일상 그 한가운데가 수행처이자 깨달음의 장임을 역설하는, 삶의 태도와 윤리에 대한 이야기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산문(山門) 안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을 사는 대중의 아픔을 직접 맞닥뜨리며 엉킨 매듭을 푸는 일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대중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세속의 시각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로 들리는 데,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것은?
A 회향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다양한 종류의 많은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안락함보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 가질 줄 아는 그런 따뜻한 마음의 보살행(菩薩行)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자기의 이익보다, 자기의 편안함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익과 편안함을 생각하는 것이 바로 회향하는 마음이며, 보살도의 실천인 것처럼 지금이 이러한 보살의 회향(廻向)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더 없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부 종교에서 말하는 ‘심은 대로 거둔다’거나 또 세속에서 ‘노력하면 그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는 말을 하는데, 불가에서는 정당한 그 대가나 결실을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돌리라고 권합니다. 회향(廻向)은 바로 이것을 가리키는 것인데, 회향이란 자기가 닦은 공덕을 남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그 돌리는 대상은 보리, 즉 깨달음과 중생이지요. 이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실천 강령이 바로 육바라밀이며, 이것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보살행(菩薩行)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나와 남의 이익을 동시적으로 추구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며 회향을 통해 완성됩니다.

Q 하지만 ‘빈민구제는 나랏님도 힘들다’는 속담이 있듯이 쉽지 않은 일일텐 데,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는?
A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우리는 종단이나 종파를 떠나 서로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는 것과 함께 자비·보살행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기에 초발심의 근본자리를 지키기 위해 숫타니 파타에 있는 구절인데 '눈을 아래로 두고 두리번거리거나 헤매지 말고 모든 감각기관을 억제하여 마음을 지키라. 번뇌에 휩쓸리지 말고 번뇌에 불타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 분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이로 인해 대중 한 사람이라도 불성(佛性)이 인다면 이 역시 보살행이요, 공덕을 쌓는 일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사회 곳곳에 부처님의 자비보살행의 실천에 앞장서겠습니다.
바라건대 이러한 일을 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요. 토적성산(土積成山)이라 했습니다. 비록 작은 힘이나마 사바대중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