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음을 알린다는 신비로운 붉은 꽃, 꽃무릇또는 상사화로 불리우는 꽃이 만발한 함양의 상림 숲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함양읍의 서쪽에 있는 위천(渭川)강가에 있는 숲으로,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읍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대관림(大館林)이라고 불렀으나 이 숲의 가운데 부분이 홍수로 무너짐에 따라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게 되었으며, 현재 하림은 훼손되어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이고, 상림만이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있다. 특히 함양상림은 사람의 힘으로 조성한 숲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이라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우리 선조들이 홍수의 피해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한 지혜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커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곳으로, 비가 오는 여름 날, 최치원 선생(崔致遠, 857~?)이 숲을 모두 만들고 어느 나뭇가지에 금호미를 걸어두었다는 전설이 있는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숲이다.

함양 상림은 그 오랜 세월만큼이나 무수한 이야기를 간진한 곳으로, 특히 도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우거진 나무숲으로,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의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와 왕머루, 다래, 헛개나무 등 약 120여 종의 식물이 있으며, 현재 20,000여 그루의 나무가 서식하며, 사계절에 맞는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으며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는 곳이다, 특히 요즘 같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약 6만여평의 상림숲에 만들어진 가로수길을 따라, 30여만 포기의 꽃무릇이 붉은 색깔 만큼이나,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마치 고목나무아래 붉은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이 아름다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무릇은 “이룰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특별한 꽃으로, 우리나라에는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 등이 함양의 상림과 더불어 아름다운 자태를 자아내고 있으며, 그중 함양 상림은 오래된 고목과 오솔길 그리고 그아래 펼쳐지는 붉은 물결이 가히 천상의 모습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해마다 가을이되면, 많은 붉은 꽃무릇을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함양의 명소이다.
온통 나무 세상인 함양의 상림은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이다. 온통 파릇거리며 생동거리는 봄과, 푸른 색 옷으로 갈아 입고 무더위를 씻어내 줄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여름, 그리고 붉은 상사화와 그보다 더 붉은 물든 단풍잎이 만들어내는 가을의 정취, 그리고 스산한 바람이 불지만 다가오는 봄이 생각나게 하는 겨울, 이처럼 사계절의 풍미와 더불어 수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천년의 세월보다 더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상림이 사람의 손에 의해 조성된 인공림 이라고 하지만 비교적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있어 깊은 숲 한가운데 서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하며, 잘 조성된 산책로와 함께 주변에 물레방아, 디딜방아, 지압보도, 초선정. 다볕당 등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 문화적 가치를 가지는 시설물 들이 만들어져 있어, 단조롭게만 생각할 수 있는 숲이 재미있는 꺼리와 함께 오래된 전통풍습 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특히  창한 숲과 아픈 다리를 쉬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정자 그리고 그 아래 활짝 핀 꽃무릇의 아름다운 광경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상림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지만, 많은 이들은 가을의 풍광을 가장 으뜸이라고 칭한다, 초가을에는 붉은 꽃무릇이 숲 전체를 화려하게 수 놓고, 가을이 무루익을 즈음이면, 울긋불긋 단풍이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바람결에 떨어져 발 밑에 쌓이는 낙엽의 풍광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장 상림다운 모습이라고 칭하고 있다.

붉은 꽃무릇과 더불어 점점 붉은 단풍의 옷으로 갈아입으려하는 수만그루의 고목나무가 함께하는 상림, 자연의 세계를 말이나 글로써 표현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시간 이였지만. 그 한계는 상림의 오솔길을 직접 걸어보고 나뭇잎을 만져보고 꽃무릇을 눈으로 본다면 글과 말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어 가슴에서 느끼는 무안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자연과 사람사이의 간격이 매우 가깝게 느껴지는 시간이 되었다.